전체상품목록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JOURNAL

    • A story that begins when you close your eyes: Mono Room.
    • EDIT BY 룬아 | 2023. 2. 20| VIEW : 41

    쫌쫌따리 취향도 모으면 관점이 된다: 에디터 김정현 바야흐로 콘텐츠의 시대입니다. 수년에 걸쳐 정제해서 만든 이야기도, 아침에 일어나 무심코 찍어 올린 식탁의 장면도 모두 콘텐츠가 되죠. 그것들은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쌓여가면서 한 사람, 또는 한 브랜드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단단한 울타리가 되어줍니다.

    그와 동시에 에디터의 수도 급증했어요. 이제는 잡지사나 출판사를 거치지 않아도 스스로 매체를 만들고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에디터의 길에 들어설 수 있어요. 저 또한 독립적으로 시작해서 웹진과 유튜브를 거쳐 플랫폼을 만들기에 이르렀고요. SNS가 직업 시장의 모습을 얼마나 많이 바꾸어놓았는지 새삼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에디터를 자처하는 인구가 많아진 만큼 경쟁자도 늘었지만, 독립적 액티비스트에게는 자기만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다는 강점이 있죠. 동네 산책을 즐기고 작은 카페들을 전전하며 은평구의 늑대 마냥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에디터, 김정현이 그렇습니다. ‘여기 너무 좋다', ‘이 동네 오면 꼭 가야 할 곳'이라고 어찌나 알리고 다녔는지, 어느새 카페 전문 에디터가 되어있더랍니다. 삭스타즈 저널에서도 ‘정현의 스몰 카페'라는 코너를 시작했어요.

    새로울 게 아무것도 없는 세상에서 점점 중요해지는 것은 바로, 관점이에요. 같은 장소를 방문하고 같은 글을 읽어도, 각자의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감상이 나오죠. 에디터가 아니더라도, ‘내가 에디터라면'이라는 자세로 지내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 자기만의 관점을 가지는 건 일상의 사소한 선택부터 삶의 목적에 이르기까지 꽤 든든한 척도가 되어줄 테니까요.

    에디터 김정현



    안녕하세요 정현님, 카페를 비롯한 취향저격 공간을 소개하는 에디터로 활동하고 계시죠. 정현님은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시나요?
    언제부턴가 일의 언어로 자기소개하는 것을 지양하고 있어요. 일이 곧 저는 아니니까요. 동네 산책과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 등의 일상을 즐기고 시티보이를 꿈꾸는 30대 초반 아저씨입니다. 직업적으로는 말씀하신 대로 프리랜서 에디터로 활동하면서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어요.

    (30대 초반이 아저씨라뇨.) 카페 전문 에디터라는 포지셔닝이 특이해요. 물론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지만, 꽤 빠르게 정체성이 생긴 것 같아요.
    스스로 그렇게 정의내리고 있지 않아서 그런지 좀 신기하긴 해요. 의도한 게 아니었거든요. 워낙 바깥으로 돌아다니고 소개하는 걸 좋아하는데 이왕 하는 거 더 멋있게,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보니 통한 것 같아요. 제일 처음 연락을 주신 매체는 ‘디에디트'였어요. 디에디트를 통해 새로이 연결된 일이 많죠. 햇수로 4년째 협업하고 있습니다.

    협업 기간이 무척 기네요!
    70편 정도 썼어요. 많이 쓸 때는 한 달에 3개도 썼고. 감사하게도 저의 캐릭터를 좋게 봐주셔서 충분히 드러내면서 작업하고 있어요. 그게 디에디트의 정체성에서 크게 벗어나지도 않고요. 양쪽의 니즈가 잘 만난 것 같아요.

    소개하시는 공간들은 주로 사는 동네나 마포 쪽인가요?
    개인적으로 자주 다니는 건 그렇지만, 소개할 때는 영역을 넓히려고 노력해요. 그래도 취향이 있어서 어느 정도의 한계는 있더라고요. 익숙하지 않은 곳을 취재할 때는 미리 연락드리고 사장님과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해요.

    그런데 왜 그렇게 밖에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세요?
    의외로 MBTI는 INFP가 나온답니다.

    아, 나가는 건 좋은데 혼자 다니고 싶다?
    그런 부분이 명확히 있고요, 외향과 내향을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저는 세상과의 접점에서 큰 행복을 느끼거든요. 한편 사람이 많은 곳은 버거워요. ‘아는 사람 10명 있는 곳 vs 모르는 사람과 1:1 만남’ 중에서는 무조건 후자입니다.

    정현님을 세상과 연결해 주는 통로가 바로 동네 카페 같은 공간이군요. 수년간 여러 곳을 다니면서 갖게 된 정현님만의 시선이 있을까요?
    앞선 대답과 연결되는데, 저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고 그 관계에서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하는 사람이에요. 집을 나서서 동네 주민들이 사는 방식, 작은 가게의 모습, 골목 풍경이나 길고양이들을 마주하면서 안정감을 얻어요. 내가 속해있는 도시가 이렇게 생겼구나, 저렇게 돌아가는구나, 모두 자기만의 속도로 흐른다는 걸 직접 목격하는 거잖아요. 때로는 관찰에서 그치지 않고 경청하거나 참여하기도 하면서 에너지를 얻어요. 집 안에서는 찾을 수 없는 거라 자꾸 문 밖으로 나가는 것 같아요.

    그럼 사는 동네가 되게 중요하겠어요.
    너무 화려한 것도 불편하지만 너무 외진 시골도 안 맞아요.

    그럼요, 시티보이인데.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 스무 살에 처음 서울로 왔어요. 동경으로 가득 찬 도시였죠. 처음에는 강남이며 여기저기 다녀봤는데, 불청객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지역이 있어요. 내가 나일 수 없죠. 요즘 신상 카페들 중 전시장이나 쇼룸에 온 듯한 분위기를 표방하는 곳이 많잖아요. 쉽게 말해 각 잡아야 하는 공간은 피하는 편이에요.

    너무 컨셉추얼 하군요.
    특히 카페는 가장 일상적인 장소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머물면서 마음이 편한 게 좋죠. 저는 로컬, 그중에서도 주인의 느낌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곳을 선호해요. 그런 곳은 아무래도 규모가 작아요. 그래서 제 취향이 ‘쫌쫌따리'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웃음), 너무 높고 커서 손에 닿지 않는 것보다는 온전히 나의 것이 되는 쪽이 훨씬 풍요로워요.



    오, 저도 손에 잡히는 쪽을 선호해요. 내 피부가 되는 것. 정현님이 공간만 소개하는 것은 아니죠, 음악 매거진 ‘BGM’에도 글을 쓰시고 패션이나 제품 소개도 하시잖아요. 다른 영역에서도 같은 맥락의 편안함을 추구하시나요?
    영역마다 뉘앙스가 다른 것 같아요. 무조건 편안하고 소소한 것이 취향은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현실과 닿아있는 게 좋아요.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단어가 ‘캐주얼'이에요. 약간의 경쾌함과 위트, 느슨함과 자유분방함, 편안함이 뒤섞여서 만들어내는 바이브가 제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가요, 쓰시는 글에서도 캐주얼함이 많이 느껴져요. 굳이 표현하자면 패션 잡지의 피처 에디터 같은 말투랄까요. 레퍼런스를 많이 보는 편인가요? 아니면 선망하는 에디터가 그런 포지션에 있다던가?
    기본적으로 유머러스한 글을 좋아해요. 적당히 밀도가 있으면서 너무 어렵지 않고 상업적인 냄새도 조금 나는. 좋아하는 필자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어떻게 이렇게 돌진하는 메시지를 무심하고 위트 있게 던지지? 흉내도 많이 내봤죠. 여전히 깎이는 과정에 있습니다.

    주로 어떤 콘텐츠를 소비하시나요?
    단행본 중에서는 에세이가 압도적으로 높아요. 인터뷰나 웹 매거진, 커머스 플랫폼에 연재되는 콘텐츠도 많이 보고요. 리서치 개념보다는, 그냥 휴대폰이나 컴퓨터로 끊임없이 뭘 읽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비슷한 영역의 콘텐츠는 잘 안 봐요. 보다 보면 저도 모르게 흉내 내고 있더라고요. 특히 일본 서적 읽을 때가 심했어요. 어느 날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요즘 네 글에 쉼표가 많네”라고.
    저도 그랬어요. 하루키에 빠졌을 때는 갑자기 존댓말을 쓰질 않나… 특히 솔직한 글로 유명한 김도훈 영화평론가를 좋아해요. 덕분에 호불호가 갈리지만 저는 대단한 매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쓸 수 있는 건 내공이 뒷받침되기 때문이잖아요. 그래서 그분의 글을 따라 했다가 엉망이 된 적도 있었죠. 그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저만의 톤을 찾아가는 중이에요. 제 글에서는 친근함이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글이 맛깔난다는 댓글이 달리곤 하더라고요.
    여전히 많이 부족해요. 사실 더 중요한 건 명확한 메시지잖아요. 그걸 잘 전달하고 설득하는 일이지, 개성이나 톤은 포장지와도 같아요. 그동안 저는 겉모습을 많이 따라 하려고 했죠.

    깊이가 생긴다는 건 절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커머스와 얽힌 글을 많이 쓰시니 어떤 철학을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기도 할 거고요.
    그게 바로 내공인가 봐요. 패션계에서 유명한 ‘벨보이’의 박태일 디렉터님이 그러셨어요. 메시지만 명확하면 세 장도 채울 수 있고 다섯 줄로도 정리할 수 있다고요. 그래서 요즘에는 좀 더 근본적인 레벨에서 고민하려고 합니다. 기본 식재료가 좋아야 어떤 양념을 더해도 맛있는 요리가 완성되죠.

    정현님의 시그니처 룩과 포즈가 있어요. 뿔테 안경과 수염, 우뚝 선 자세와 약간 킹 받는 표정. 그런데 학생일 때부터 쌓아오신 이미지더라고요. 본투비 관종이다, 이 사람 영리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인정욕구가 무척 큰 사람이에요. 허영심도 있고요.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가 줄곧 있었죠. 내가 나를 알리지 않으면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으니까요. ‘이런 사람 여기 있어요'라고 온라인 공간에 노출시키고 영업한 거예요. 저는 잡지에서 어시스턴트로 시작한 에디터가 아니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간판이 없어요. 그만큼 스스로 돌파해야 하는 사회적 벽이 있다고 판단했나봐요.

    에디터라는 길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무조건적인 동경도 있었지만, 좋은 걸 공유하는 일을 진심으로 즐겨요. 어릴 때부터 친구들이 물어보지 않아도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주고, 여행 코스를 짜줬어요. 친구가 좋았다고 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더라고요. 에디터는 그 행위를 멋있게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는 게 많은데 동시에 스타일리시하잖아요.

    지적인데 트렌디한 이미지를 좋아하시는군요.
    허세죠 (웃음). 그렇게 보이고 싶다는 일차적인 욕망이 엄청 컸어요.

    어떤 감정이든, 잘 발현되면 훌륭한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요즘 뭔가 소개하는 콘텐츠는 정말 많은데, 그 안에서 정현님의 글이 읽히기 위해 염두에 두는 포인트가 있을까요?
    상업성이나 트렌드를 정확히 짚어내는 건 아직 저의 범위가 아닌 것 같아요. 대신 저의 시선을 듬뿍 담으려고 하죠. 같은 소재여도 어떤 사람이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표현되기 마련이거든요. 저보다 훨씬 분석적이고 깊이 있게, 또는 빠르게 작업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소소하고 일상적인 저의 목소리가 더 와닿는 독자들도 분명히 있을 거니까요. 그게 현재로는 현실적이면서 특별한 방향인 것 같아요.

    어떤 조직에 속해있지 않아도 직업을 가질 수 있고, 회사에 다녀도 개인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어요. 그래서 가능한 방향이겠죠.
    맞아요. 잡지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격지심이 있기도 했는데,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저의 관점을 더 고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기본기는 부족할지언정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죠.

    ©POPEYE MAGAZINE

    ©POPEYE MAGAZINE



    원고 청탁을 많이 받으시더라고요. 프리랜서 입장에서 끊기지 않는 흐름이 참 중요한데요.
    이번 겨울로 독립한 지 딱 1년 되었어요. 처음보다는 확실히 늘었고요, 너무 감사하면서도 필연적인 불안감은 항상 있어요.

    예전에 잠깐이지만 같이 일했잖아요, 그때 참 꼼꼼하다고 생각했어요. 구체적인 질문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어떤 형식의 자료를 어떤 폴더에 넣으면 되는지, 사진은 어떻게 찍으면 되는지 등. 데드라인은 물론이고 제가 경험한 프리랜서 에디터 김정현은 매우 안정적인 파트너였어요.
    정리가 되어야 일에 착수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담당자를 힘들게 하지 말자는 의지가 있어요. 직업인으로서 장점이 뭘까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커뮤니케이션이에요. 메일이나 통화, 미팅 같은 일이 전혀 힘들지 않거든요. 차라리 대기업에서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했어야 했나, 싶을 정도로 잘 맞아요.

    정현님과 일하면서는 확실히 불안하지 않았어요. 제 역할에 충분히 집중하게 해 주었죠. 그런데 시간 분배를 잘해야 할 것 같아요. 공간 전문 에디터는 발품을 팔아야 하는 물리적 시간이 많잖아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일이 많지는 않아요. 이슈가 생기는 족족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니 되게 바빠 보이나 봐요. 문제가 있다면 운동을 포기했다는 거예요. 루틴이 없으니 새벽까지 일하다가 늦잠을 자는 경우도 허다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게 어려워지더라고요.

    프리랜서에게 규칙적인 생활은 아주 큰 의지를 동반하죠.
    올해는 개선하려고 해요. 고정 수익이 필요하기도 하고, 루틴의 개념에서 아르바이트를 조금 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어요.

    카페 일을 하면 소개글에도 변화가 있겠네요.
    그렇겠죠? 경험은 에디터에게 자양분이 되어줘요. 다양한 입장에 있어보면서 점점 뾰족한 관점이 길러지겠죠.



    1년 사이에 많은 걸 이루셨어요. 이 길에 대한 확신이 더 생겼나요?
    ‘하니까 되네?’라는 기분을 느꼈던 적은 몇 번 있어요. 그중 대표적인 게 저의 첫 책인 에세이집 [나다운 게 뭔데] 출간이었고요. 저에게는 고무적인 사건이었어요. 제 목소리를 책으로 내자는 제안 자체가 어떤 부분에서는 인정 받은 거잖아요. 그리고 일본의 ‘뽀빠이 매거진'(1976년에 창간한 패션 월간지. 시티보이를 위한 잡지를 표방한다)이 있었죠.

    그 유명한 잡지에 나오셔서 놀랐어요. 어떻게 연결된 일이었나요?
    일본 에디터가 서울 시티 가이드를 기획하던 중에 인스타그램에서 저를 발견한 거예요. 본격 취재 전에 한국에 와서 사전 조사를 하려는데,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며 연락이 왔어요. 대충 수다 떨고 끝날 자리가 아니라는 걸 직감했어요. 그래서 룬아님께 했던 것처럼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에 따른 자료를 준비해서 만났죠. 미팅 장소가 망원동에 있는 단골 카페였는데, 결국 망원동 섹션에 실리게 된 거예요.

    기회가 들어오면 절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능력이 있군요. 프리랜서 입장에서는 요구할 때도 확실하게, 투자할 때도 확실하게 해야 하는 것 같아요.
    뽀빠이 매거진이니까요. 저는 시티보이이고. 이왕 나댈 거면 시원하게 나대자, 그게 저의 기조예요. 이왕 할 거라면 적극적으로.

    가끔 올리시는 유튜브 영상을 보면 잘 까부는 것 같아도, 일은 성실하게 하니 그 조화가 참 발전적이에요.
    일은 중요하죠. 허세에서 끝나면 안 되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려는 것도 있어요.

    여러 매체에 글을 쓰시는데 아이템이 겹치기도 하겠어요. 소스의 한계는 분명하고.
    저도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이 많아요. 삭스타즈 역시 장소 소개가 주제이지만 진득하고 깊게 소개한다는 점에서 기존 콘텐츠와 차별점을 뒀어요. 에세이 느낌으로 한 번에 한 곳만 이야기하는 거죠. 앞으로는 제가 대표할 수 있는 소재에서 다양한 형태로 확장하는 게 관건일 것 같아요. 카페 마케팅이나 컨설팅에 참여한다든지.

    삭스타즈 저널에 참여하기 전부터 삭스타즈 양말을 신으셨나요?
    부끄럽지만 아닙니다. 브랜드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저에게 양말은 가성비의 영역이었어요. 주로 흰 양말만 신기도 하고요. 그런데 작년 크리스마스 마켓 때 양말을 사서 부모님께 선물했더니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저도 좀 더 관심을 갖고 경험해보려고 해요. 그래야 삭스타즈의 철학을 더 잘 담을 수 있겠죠.

    요즘 콘텐츠를 제작하는 브랜드들이 부쩍 많아지고 있어요. 조금 큰 질문인데요, 정현님이 생각하실 때 훌륭한 브랜드 콘텐츠는 무엇을 담고 있나요?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소 생뚱맞을 수도 있어요. 상품만 잘 만들면 되지 웬 글? 그렇기 때문에 더욱 설득력이 있어야 해요. 브랜드와의 연결고리, 즉 당위성이 중요해지죠. 다들 콘텐츠 한다니까 구색 갖추기로 시작했다가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그래서 일본 브랜드들이 콘텐츠를 잘 만들죠. 쌓아온 이야기가 많으니까.
    헤리티지가 있는 브랜드라면 당연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하다면 포맷이나 퀄리티를 떠나서 설득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풍부하고 깊은 이야기가 뒷받침된다면 협업이나 사업을 확장할 때 고객들도 공감하기 쉽겠죠.

    정현님도 하나의 브랜드라고 생각한다면, 취향을 소개하는 걸 넘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사실 두 번째 책을 쓰고 싶어서 원고와 기획서를 몇몇 출판사에 보냈어요. 돌아보면 조금 더 뾰족한 기획이 필요했다고 생각되지만요. 단골 가게를 소재로 한 에세이였는데, 대도시에 사는 사람에게 단골 가게가 주는 영향에 대해 쓰고 싶었어요. 언젠가 꼭 한 번은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처음에 말씀하셨던 안정감과 연결되는군요. 자주 간다고 해서 단골이 되는 건 아니에요. 인터렉션이 중요하죠.
    그게 가능한 곳들이 있어요. 관계를 쌓으면서 저의 가게는 아니지만 ‘나의 사적인 가게'가 되어가요. 특히 개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시대에 그런 공간은 개개인에게 큰 위안이 되어줘요.

    정현님을 관통하는 주제는 ‘취향과 관계'인 것 같아요. 그런데 삭스타즈 청담점이 그렇거든요. 그 작은 가게를 왜 계속 방문하는지 설문조사를 했더니, ‘직원이 친절해서'가 1위더라는 거예요. 양말은 설명할 거리도 많고, 추천하면서 서로의 취향을 공유하게 되잖아요. 그 다정한 스킨십이 고객을 다시 불러들이는 거죠.
    맞아요. 취향을 나누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싶어요. 단골 가게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게 독자에게는 어떤 의미일 수 있는지, 일상의 소소한 만남들이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두 번째 책을 빨리 쓰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는데, 금세 부끄러워졌어요. 여자친구가 저보고 반응을 잘하는 사람이래요. 흡수가 빠르고 유연하고 감각하는 사람인데, 거기서 더 나아갔으면 좋겠다고요. 저도 사유하고 성찰하는 에디터로 성장하고 싶어요. 유쾌함 안에 깊이가 있는, 그게 저의 2024년 과제인 것 같네요.

    운동과 아르바이트도요.
    네 물론이죠 (웃음).